춘희생각

한국에 왔다. 매미소리가 들린다. 고향에 왔다.




산에 전봇대가 많이 서 있다. 산이 아프다고 소리 지른다.




간판들이 너무 다. 아니다. 한국이 다만 작을 뿐이다.




몸에 좋다는 것은 다 먹고 마시는 한국인들 많이 아프다.




붕어빵을 먹는다. 추억을 먹는다.




산 넘고 물 건너 아주 깊은 산골에 엄마 집 앞에는 넓은 강이 흐른다. 난 흙 묻은 고무신을 신고 몸빼를 입은 채 수영을 한다. 물고기와 숨바꼭질 한다.




깨끗하고 훤한 전철역이다. 종이 한장 없다. 담배 꽁초 하나 없다. 쓰레기통 하나 없다.




비슷 비슷한 옷 차림에, 비슷 비슷한 표졍에, 비슷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 아침엔 잠에 취해 두눈을 감고 저녁엔 일에 시달려 두 눈을 감는다. 하루종일 두눈 감고 생활한다.




한국엔 치질에 걸린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치질광고 현수막을 사방에서 볼 수 있다. "항사랑". 이름 한번 좋다.




"창자청소하는 약 하나 주세요." 약국 손님들이 모두 다 날 빤히 쳐다본다. 젊은 약사가 평소보다 더 화사한 얼굴로 나에게 말한다. "여기 장청소하는 약 있습니다."




"언니, 언니". 누가 자꾸 부른다. 뒤를 돌아보니 나이가 많은 가게 아줌마가 나를 부른다. "아줌마, 죄송하지만 난 아줌마의 언니가 아닙니다."




"이모!" "언니!" 광고심리학를 공부 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소비자의 마음을 잘 파악 하고 있다. 다음 단계가 궁금하다.




대학교 입학생들이 강의실에 앉아 있다. 묻는 질문에 대답이 없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강의실에 앉아 있다.




집에선 부모가 시키는 되로 하는 착한 자식. 학교에선 선생이 하라는 되로 하는 착한 학생. 착한 사람들로 가득한 한국은 착하지 않.




학생들 면담시간이다. "무엇을 좋아합니까?" 좋아하는 것이 많단다. "좋아하는 것도 잘 합니까?" 대답이 없다.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택하고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 삼으세요."



포장마차. 이루지 못한 꿈을 새롭게 포장하는 곳이다.




술이 모든 실수의 핑계로 통한다.




남자들이 똑똑한 여자를 원한다면 여자들은 거울대신 책을 들어다 볼 것이다.




정은 술과 같다. 판단을 흐리게 한다. 이성을 잊게 한다. 정에 취한 사람이 많다.




정이 부정을 낳는다.




피 할 수 없으면 즐기란다. 즐기는 것조차 힘들어 보인다.




오늘 만난다. 내일 만난다. 매일 만난다. 외로운 사람들은 같이 있어도 외롭다.




코가 크고 눈이 파란 서양인은 외국인 대접을 받고 키가 작고 검은 머리의 동양인은 외국인 취급을 당한다.




해야 하는 말. 하지 않는다. / 잘못했다는 말. 잘 못 한다. / 고맙다는 말. 못 힌다. / 잘 했다는 말. 안 한다.




말과 행동이 원수인가 보다. 서로 따로 논다.




작은 스트레스. 큰 스트레스. 한 잔의 술 처럼 서로 주고 받는다.